칼럼

필기라는 예쁜 쓰레기를 만들고 있었다

졸꾸둘기 2021. 4. 19. 21:03

 

다시 보지 않을 필기를 하는 건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다. 책에다 필기하면 중고 책 가격이 내려가고 공책에다 필기하면 종이 낭비고 디지털로 필기하면 쓸데없는 용량을 채우는 일이다. 필기하며 시간도 사라진다. 필기는 다시 보려고 하는 건데 다시 안 보면 낭비가 된다. 쓰레기를 안 만들려면 필기를 안 하거나 필기를 다시 보면 된다. 난 후자다.

 

매일 글을 쓰면서 필기를 줄였다. 매일 글쓰기 전에는 열심히 필기했다.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. 다시 볼 거로 생각하니 마인드맵도 그리면서 깔끔하게 정리했다. 다시 보는 필기도 있었지만 대부분 안 봤다. 예쁜 쓰레기를 만들 시간에 차라리 글을 쓰기로 했다. 글쓰기 시작하니 내가 실천할 아이디어나 글감만 적고 다른 필기는 하지 않는다.

 

계속 필기를 다시 본다. 필기량이 줄었고 줄어든 필기량을 글로 쓰기 때문이다. 글 쓰며 보고, 댓글 읽다가 보고, 기억나지 않을 때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검색해서 본다. 스마트폰 메모도 가끔 본다. 기억보다 기록을 믿는다면서 필기만 하면 쓰레기가 된다. 필기를 다시 보며 반성하고 머릿속에 각인하려고 한다. 예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