칼럼
함께 프로젝트 하던 팀원이 탈주했다
졸꾸둘기
2021. 11. 1. 14:13

최근 나랑 다른 팀원 둘이서 졸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. 초기 단계라 아이디어에서 많이 뻗어 나가진 않았다. 개발 쪽을 맡기로 했던 팀원이 갑자기 본인은 개발 공부가 더 필요하겠다며 탈주했다. 우리 학교는 특이하게 철회 기능이 있어서 수업을 중간에 버릴 수 있다. 그걸 졸업 프로젝트 하는 과목에서 쓸 줄이야…
안일했던 나를 반성한다. 낌새를 챘기 때문이다. 프로젝트 관련 대화를 카톡으로 하는데 답장이 너무 느리다든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지 않는다든지 등 신호가 많았다. 프로젝트 그냥 혼자 할까 싶었는데 이번에 처음 보는 사람이기에 이 사람 특징이겠지 싶었다. 그때부터 혼자 하는 걸 대비했어야 했다.
화가 나는 게 감사하다. 모든 감정은 에너지다. 특히 화는 굉장히 에너제틱한 감정이다. 이 에너지를 어디에 쓰냐가 문제지 감정 자체는 문제가 없다. 그래서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를 성과를 내는 데 쓸 거다. 여기서 긍정 마인드로 ‘잘 될 거야’라는 시답잖은 개소리보다 부정의 힘을 폭발시키려 한다.
화를 더 키울 거다. 내가 너무 나이브했다. 대학 졸업 프로젝트란 건 20대 초중반 대학생이면 누구나 겪는 수준의 일일 뿐이다. 졸업이 걸려있으니 겁먹었지만 전혀 그럴 필요 없다.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. 아니 혼자니까 더 빠르고 강하게 몰입할 수 있다. 마침 모래주머니도 사라졌으니까. 분노로 두려움을 굴복시킬 거다.